피임약, 자궁근종에 잘쓰면 약! 못쓰면 독!
피임약, 자궁근종에 잘쓰면 약! 못쓰면 독!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7.10.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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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처방 피임약은 체내 호르몬 상태를 무배란 상태로 만들고 낮은 농도의 여성호르몬만 유지토록 해 자궁근종으로 인해 늘어난 생리량과 생리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피임약은 흔히 생리주기를 조절하거나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의외로 여성건강에 일부분 ‘이득’이 된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피임약은 1차 목적인 피임 외에도 올바르게 처방받고 활용하면 자궁건강을 지키는 데에도 유리하다. 여성의 배란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복합제제로 호르몬을 조절해 배란을 막고, 자궁내 임신 환경을 어렵게 만들어준다. 이 가운데 자궁근종 등 자궁내질환도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경우 피임약으로 호르몬을 조절해 치료할 수 있다. 근종 크기가 시술·수술 등 처치가 필요없이 관찰이 필요한 경우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한국 여성은 피임약을 부담스러워한다. ‘부작용이 걱정돼 복용이 꺼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조사 결과 피임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2.9% 이내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전문적인 처방을 받은 경우 이같은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하정 원장은 “전문처방 피임약은 몸 속 호르몬 상태를 무배란 상태로 만들고 낮은 농도의 여성호르몬만 유지토록 해 자궁근종으로 인해 늘어난 생리량과 생리통을 줄이는 데에도 활용된다”며 “근종을 치료하거나 제거하는 것은 아니고 성장을 멈추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임신·출산 등 가족계획을 마쳤거나 비혼을 결심한 골드미스라면 번거롭게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미레나 등 자궁내 장치형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유리하다. 미레나는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을 자궁 안에서 서서히 일정량 방출해 피임효과를 낸다. 피임약과 마찬가지로 장착 후 생리량이 줄거나 거의 없어지며, 드물게 자궁근종 크기를 줄여준다. 제거 후에는 바로 배란과 생리 등 임신 능력과 함께 본인의 생리주기가 돌아온다.

김하정 원장은 “자궁근종을 완화하려는 등 어떤 이유로든 피임약은 복용에 앞서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며 “유방암이나 간부전, 혈전증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35세 이상 여성은 복용이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은 자궁근종의 근본적인 처치가 될 수는 없다”며 “이는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요한 경우 자궁근종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처치를 받아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자궁적출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최근엔 자궁근종 환자 연령대가 어려지고, 보존적 치료로 방향이 바뀌고 있어 자궁적출은 ‘최후의 보루’로 생각한다.

최근에는 정밀영상진단장비 자기공명영상(MRI)에 고강도 집속초음파 종양치료법 하이푸(HIFU)를 결합한 MR하이푸 시술이 주목받고 있다. 칼을 대지 않는 비절개치료로 만족도가 높다. 우선 MRI 영상으로 자궁근종의 정확한 위치와 부피를 파악한 뒤 65~70도의 강한 초음파를 한 지점에 집중시켜 종양을 태워 괴사시킨다. 시술 전후 한자리에서 MRI 촬영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근종세포와 자궁 주변 장기를 모니터링하며 체내 조직온도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 종양 이외의 정상조직에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 편안히 엎드린 상태로 마취 없이 치료받아 심리적 부담이 적고 바로 일상을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시술 후에는 수개월에 걸쳐 근종이 줄어들고 증상이 완화된다.

상황에 따라 자궁근종색전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는 하이푸를 적용하기 애매한 위치에 근종이 자란 경우 고려해볼 수 있는 치료법이다. 가령 여러 형태의 근종이 복합적으로 있는 다발성 근종, 10~12㎝ 이상 큰 근종에 적용할 수 있다. 자궁근종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괴사시키는 원리를 쓴다. 2㎜ 굵기 정도로 가느다란 카테터로 근종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색전제로 차단한다. 이때 근종이 괴사되며 동시에 이로 인한 생리과다·생리통 등 동반증상이 완화된다.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재욱 대표원장은 "최근 하이푸 시술로 모든 근종을 치료할 수 있다고 과대광고를 하는 병원이 증가하고, 정확한 기준 없이 시술해 오히려 부작용을 남기는 경우가 부쩍 늘고있다“며 ”근종의 크기나 특성에 따라 하이푸가 적용되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어 제대로 된 자궁근종 치료 효과를 얻으려면 충분한 상담과 검진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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