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이 제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면?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이 제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면?
  • 이상민 방학동물병원(부설 방학동물외과센터) 원장
  • 승인 2017.10.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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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g 정도 나가는 대형견 엘리. 나이가 네 살인데 심한 피부염 때문에 한 10살은 돼 보이는 모습으로 동물병원에 왔다. 엘리는 유기견으로 보호소에서 생활하다 피부염이 심해진 상태였다. 유기견이다 보니 과거 병력을 알지는 못하지만 색소침착, 모낭염 등을 보고 피부병을 짐작,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낭충증’으로 확인됐다. 엘리를 노안으로 만든 모낭충증은 어떤 질환일까.

이상민 방학동물병원(부설 방학동물외과센터) 원장

모낭충증은 모낭충진드기(Demodex mite)의 과다 성장으로 발생한다. 보통 어미 개와의 접촉을 통해 어릴 때 감염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의 50% 이상이 모낭충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모낭충을 보균하고 있는 모든 개에서 모낭충증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모낭충증의 발병은 개의 면역상태, 호르몬의 균형, 먹이의 성질 등과 관련이 있다. 면역체계가 성숙하면 진드기는 전염성이 약화된다. 강한 면역체계는 피부에 붙어 있는 진드기를 낮은 수치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개에서 가장 일반적인 모낭충진드기는 데모덱스 카니스(Demodex canis)로 이는 모낭과 피지선에서 발견된다.

최근에는 발육기가 한참 지난 10살 이상의 노령견도 모낭충증이 발병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 시기 발생한 모낭충증은 호르몬 불균형, 면역력 저하 등이 원인이며 치유반응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밖에 모낭충증에 대한 대표적인 궁금증 5가지를 정리해봤다.

① 모낭충증은 어떤 증상을 보이는가?

먼저 모낭충성 피부염은 가려움이 심하다. 초기에는 불특정 부위에 두세 군데 이상 반점처럼 탈모나 비듬, 피부각화(피부 표피가 딱딱해지거나 굳는 증상) 등의 증상이 보인다. 또 색소침착으로 인해 피부색이 거무스름한 보랏빛으로 변하며 붉은 반점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발병 이후에는 빠른 시일 내 부위의 경계 없이 전신에 증상이 퍼진다. 전신적인 모낭충증으로 진행되면 부분탈모가 전신탈모로 진행되면서 염증 및 농피증, 진물 등이 나타나고 악취가 난다. 이때 상처를 통해 2차 세균감염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모낭충증이 심화하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② 모낭충증은 전염되나?

피부가 건강한 많은 동물에서 모낭충은 관찰될 수 있으며 병변을 일으키지 않는 소수의 모낭충은 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또 건강한 개는 감염에 상당한 저항력이 있기 때문에 전염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피부건강을 더욱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모낭충증에 걸린 동물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다.

③ 어미 개로부터 전염된다고 하는데 유전은 아닌가?

유전질환은 아니다. 임신 중 태아에게는 진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아기에 발생하는 모낭충증은 유전된 것이 아니라 모유를 먹는 동안 어미와의 피부접촉을 통해 전염된 것이다. 단 진드기가 있는 어미 개는 어떠한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아기 강아지에게 진드기를 전염시킬 수 있다. 이 시기 감염된 아기 강아지도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④ 모낭충진드기는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나?

모낭충진드기가 사람에게 전염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전염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사람은 모낭충을 이미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전염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 해도 모낭충증을 앓고 있는 개의 보호자라면 면역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⑤ 모낭충증의 치료는 난치성이라고 하는데 치료할 수 있는가?

유년기 모낭충증은 면역체계가 약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성견에서는 면역체계의 교란과 연관성이 있다. 따라서 면역체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질환들을 앓고 있다면 기저질환 조절여부에 따라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  

대표적인 기저질환은 부신피질 기능항진증, 갑상샘 기능저하증, 당뇨병, 내부 악성 종양 등이다. 이밖에도 면역억제 약물의 장기 사용, 불량한 영양상태도 면역체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최근 적용되고 있는 약물은 이전에 사용하던 약물에 비해 안전한 치유반응을 보여 모낭충증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

모낭충증은 피부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물론, 기저질환을 평가·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반려견의 기저질환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워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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