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살충제 달걀’만 문제? ‘살충제 닭’은?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살충제 달걀’만 문제? ‘살충제 닭’은?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8.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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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충제 달걀로 인해 걱정들이 많다.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파동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까 했는데 정작 자기 천장에서 물새는 줄 모르고 남의 지붕 걱정하는 꼴이 됐다. 비단 어제오늘 문제가 아닌 오래전부터 있던 문제가 곪아 터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살충제는 농작물에 있는 벌레를 죽이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데 쓰이는 농약을 말한다. 채소나 과일에 묻은 잔류농약은 “씻어내고 먹으면 되지”라면서 왜 유독 달걀 속 살충제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검출된 달걀 살충제의 일부성분은 독성도 강하고 이미 달걀 안에 흡수돼 있어 물로 씻어도 삶아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달걀에서 검출된 살충제성분은 피프로닐,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이다. 가장 빈번하게 검출된 비펜트린의 경우 열 안정성이 높아 열에 의해서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익혀 먹어도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날달걀은 물론 삶은 달걀이나 프라이, 달걀말이도 주의해야 한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며칠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피프로닐에 노출된 달걀을 영유아의 경우 하루 24~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고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비펜트린의 경우 영유아는 7~11개, 성인은 39개까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급성중독에 대한 것으로 만성중독에 대한 연구는 없기 때문에 그 이하의 양이라도 평생 안심하고 먹으라는 말을 할 수 없다.

문제는 특히 영유아다. 영유아의 경우 성장기이면서 면역력이 약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이유식으로 노른자를 꾸준히 먹거나 하루 세 끼를 달걀 프라이로 섭취하는 어린이의 경우 당분간 살충제 달걀 섭취를 중지해야한다.

현 사태는 비단 살충제 달걀의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살충제를 뒤집어 쓴 닭이다. 달걀 속 살충제성분은 살충제가 닭장에 살포되면서 닭의 피부나 사료를 통해 위장관으로 흡수돼 피에 녹아있기 때문에 닭고기 역시 살충제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정부는 식용육계와 산란계는 다르기 때문에 먹는 닭고기는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란계가 식용으로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혹시라도 살충제가 식용육계 사육장에 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만일 이러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저한 추적과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산란계를 키우는 양계장의 모습을 보면 마치 달걀을 만들어내는 공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알을 낳는 닭은 달걀을 찍어내는 살아있는 기계다. 살충제 달걀의 근본원인은 빼곡하고 층층이 쌓인 닭장의 심각한 위생환경 때문일 수 있다. 양계장의 환경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오물이 뒤섞인 지저분한 환경에 한 치의 날갯짓도 허용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 모여 있는 닭의 면역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진드기와 같은 벌레가 득실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란한 달걀이 건강할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달걀이 크고 산란율이 높은 것은 특별하게(?) 만들어진 사료 때문일 수 있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산란촉진호르몬제와 항생제가 포함된 사료를 먹인다는 것이다.

산란계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방목상태에서 키워야한다. 이미 넓은 환경에서 자란 닭의 달걀이 유통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는 달걀가격을 올리겠지만 우리가 보다 건강한 달걀을 먹기 위해서는 감수해야할 것이다. 살충제 달걀은 ‘한뼘 닭장’을 용인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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