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료인생 56년, 여든 셋 현역의사의 건강비결
[인터뷰] 의료인생 56년, 여든 셋 현역의사의 건강비결
  • 김진주 객원기자 (dona_quixote@k-health.com)
  • 승인 2017.08.09 17: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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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서만 47년, 3대가 찾아오는 병원

만 82년의 삶 중 2/3인 56년을 의사로 살아온 박민화 원장. 그는 아직도 현역이다.

“혹시 30년 전에 아기가 아파서 갔던 00씨 기억나세요?”

이런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또 이 질문에 “네, 그럼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의사가 몇 명이나 될까?

박민화 박소아과 원장(82)은 이에 대한 답변이 가능한 의사다. 개원 반세기에 접어드는 박소아과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칠 법한 곳에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간판을 단 채 한결 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민화 원장은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 셋. 만 82년의 삶 중 2/3인 56년을 의사로 살았다. 1962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진료를 처음 시작한 그는 1971년 구로동에 박소아과를 개원했다.

30년 가까이 함께 자리를 지켰던 이웃 외과의원(박 원장 동기가 운영하던 ‘차순도병원’)과 약국(‘금당약국’)도 사라졌지만 박소아과는 47년 째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엄마 품에 안겨 치료를 받던 어린이가 장성해 자녀를 데리고 내원하는 것은 물론 3대째 이곳을 찾는 주민도 적지 않다. 수십 년 전 일을 잊지 않고 감사를 표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박 원장은 몸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지만 환자의 마음 역시 편하게 해주려 노력한다. 그는 “마음이 편해야 병도 빨리 나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 가지 사례를 들려줬다.

“다른 병을 치료하러 온 환자가 있었는데 검진해보니 폐렴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감기가 심합니다’라고 하고 폐렴치료를 해줬습니다. 폐렴이라고 하면 충격을 받을 테고 그러면 병이 낫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소아과인 만큼 아픈 자녀를 데리고 방문하는 엄마가 가장 많다. 엄마에게 자녀가 아픈 것처럼 큰일이 있을까. 따라서 대부분 신경이 곤두서있고 예민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박 원장은 “나도 사람이라 힘들 때도 있지만 ‘아픈 아이 엄마인데...’라고 생각하면 다 이해가 된다”며 밝게 웃었다.

박소아과는 병원이 오래된 만큼 간호사들도 오래 근무한 이들이다. 평균근속년수가 20년, 대부분 미혼 때 취업해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다니고 있다. 그만큼 일하는 사람도 마음이 편한 곳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여든 셋에 시력 1.5, 수면시간 75년째 지켜

눈 운동 시범을 보이는 박 원장. 82년 동안 수술 한 번 받은 적 없는, 그의 시력은 양쪽 모두 1.5다.

의사는 건강전문가다. 다른 사람에게는 건강관리에 대해 잘 알려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박민화 원장은 건강관리에 있어서도 능히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이다. 여든 셋의 나이에 현역의사라는 사실 자체도 드물지만 놀라운 사실이 또 있다. 시력교정수술 한 번 받은 적 없는 그의 시력이 양안 모두 1.5라는 것이다.

비결이 뭘까? 우선 절제와 균형이 배인 식생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75년 간 지켜온 수면시간(자정부터 아침 6시), 편안한 마음자세 등이 눈 건강은 물론 전체적인 건강의 바탕일 것이다. 여기에 박 원장은 매일 ‘눈 운동’을 한다.

“이렇게 청명을 눌러주면 눈이 맑아져요”라며 친절하게도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는 1980년에 학원에서 배운 침구학이 바탕이 됐다. 그는 “원래 편찮으신 장모님을 위해 배웠는데 진찰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목주름이 안 생기게 하는 운동도 시범을 보이며 “베개는 낮은 게 좋다”고 덧붙였다.

그의 건강비결은 지극히 교과서적이다. 먼저 삼시 세끼를 거르지 않고 먹되 소식(1일 1300~1500kcal 섭취)한다. 채식인은 아니지만 육류는 거의 먹지 않는다. 주된 단백질섭취원은 생선, 두부, 달걀 등이다. 과일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는다. 아침에는 아예 토마토나 사과, 말린 무화과로 식사한다. 저녁에는 바나나와 쑥차를 즐긴다. 또 매일 물 2리터, 종합비타민 1알을 어김없이 섭취한다.

박 원장은 퇴근 직후 바로 귀가해 7시쯤 저녁식사를 한다. 잡곡밥에 김치, 찌개, 생선류와 달걀이 주메뉴다. 그는 “식사량은 보통 사람의 절반 정도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으면 포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녁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집 부근에 있는 공원에서 1시간 정도 산책한다.

“40~50대에는 골프도 했는데 걷기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돈도 안 들고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또 이 나이에도 할 수 있고...” 그는 계속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박민화 원장은 구로구의사회 2대 회장(1982~1985), 명예회장(1985~1986)에 이어 1987년부터 지금까지 30년째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올 여름 56년 만의 휴가를 떠난다.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참으로 오랜만에 떠나는 휴가인 만큼 반년을 계획했지만 그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석 달로 양보한 것.

56년을 쉼표 없이 현역의사로 살아온 박민화 원장. 재작년 아내를 떠나보낸 그가 미국에 있는 다섯 자녀와 보낼 석 달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박 원장의 따뜻한 미소가 그리운 이들에게는 짧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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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규 2017-08-12 18:10:49
한 병원에 오래 근무하는 간호사도 흔치 않는 세상입니다. 간호사 평균근속 년 수가 20년이라니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의사가 맞네요. 이런 의사가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