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나는 우리 아이, 어떤 약 먹어야할까
열나는 우리 아이, 어떤 약 먹어야할까
  • 헬스경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 승인 2017.03.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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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한밤 중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 불빛이 켜지고 같이 자는 누나의 표정은 울상이 된다. 부모도 시름에 찬 표정으로 아이의 이마를 만져본다. 만져보니 불덩이! 체온도 높다! 누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기도한다. “제 동생을 낫게 해주세요.” 하늘이 기도를 들었을까? 해열제를 복용한 동생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편안히 잠들고 엄마, 아빠도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한시름 놓는다. 누나도 이제야 마음이 놓여 웃음짓는다.

이 내용은 유명해열제 부루펜광고의 한 장면으로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너무도 잘 나타내고 있다. 또 열 나는 아이를 둔 부모마음을 잘 보여주는 연구사례도 있다. 136명의 보호자를 상대로 한 연구결과 38도 미만의 열도 치료해야한다고 응답한 보호자가 29%(40명)였고 아이가 자는 중이어도 깨워서 열을 치료해야한다는 응답도 84%(114명)에 달했다.

‘체온’ 하면 귀나 겨드랑이 측정을 생각하기 쉽지만 본래 신체중심부의 체온(중추신경계, 흉강, 복강, 골반장기의 온도)을 측정하는 것이다. 중심부체온과 가장 근접한 온도를 보이는 곳은 항문이다. 하지만 측정의 불편함 때문에 주로 귀나 겨드랑이, 이마 등에서 체온을 측정하게 된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성인의 정상체온은 36.4~37.2도 정도이며 소아의 정상체온은 성인보다 약간 높다. 체온은 1살 경부터 점차 낮아지기 시작해 여자는 13~14세, 남자는 17~18세부터 성인의 정상체온을 갖게 된다. 체온은 측정부위에 따라 다르며 직장은 38.8도, 구강은 37.5도, 겨드랑이는 37.4도, 귀(고막)는 37.8도, 관자놀이는 37.9도 이상이면 열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체온은 측정시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보통 체온은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에 가장 높고 이른 아침에 가장 낮다. 아이들은 자기 전 체온이 가장 높다. 이처럼 체온은 측정부위, 나이, 시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사람은 항온동물이다. 사람의 체온은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와 피부 및 중추신경계에 위치한 열민감성신경 사이에서 전달되는 정보에 의해 일정하게 조절된다. 만일 감염이나 약물, 호르몬변화 등에 의해 시상하부의 설정온도가 높아지면 열 생산이 늘어 열이 나는 것이다.

38.5도 미만의 미열은 면역반응 등의 이유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열 자체로는 인체에 큰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해열제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열 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38도 이하의 미열에서도 해열제를 사용한다. 이 경우 진단 및 예후개선의 기준이 사라지고 인체방어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무조건적 사용을 반대하는 전문가도 많다. 열은 다른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단순히 체온을 낮추기보다는 원인치료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얼마 전 약국에 방문한 환자도 아이의 열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환자였다.
  
환자: 아기가 열이 나서요. 감기에 걸린 것 같은데 괜찮더니 갑자기 열이 나네요.
약사: 그렇군요. 감기는 바이러스감염증으로 초기에는 열이 나지 않다가 진행되면 발열인자로 인해 열이 날 수 있어요. 어느 정도나 나고 있나요?
환자: 귀 체온계로 측정하니 38도 정도입니다.
약사: 38도는 미열상태로 면역반응에 따른 경우도 많습니다. 38.5도 이상 체온이 측정되고 아이컨디션이 나빠지면 해열제를 복용할 수 있는데요. 해열제뿐 아니라 열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으니 함께 안내해 드릴게요.

▲경구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로 유명한 아세트아미노펜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해열제다. 위장장애가 적어 공복에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한다. 4~6시간 간격으로 복용할 수 있고 성인은 회당 500mg~1000mg을 복용한다. 소아의 경우 체중, 나이에 따라 표시된 함량을 복용한다.

▲경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성분에 따라 이부프로펜(부루펜-삼일제약), 덱시부프로펜(맥시부펜-한미약품), 나프록센(탁센-녹십자),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바이엘)이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아이를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을 사용한 해열효과 비교논문을 보면 이부프로펜이 해열효과가 근소하게 앞서고 6시간 이후 해열효과도 조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회요법이 아니라면 두 약물은 효과, 부작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NSAIDs를 복용하는 경우 위장장애가 있어 되도록 식후복용을 권장한다. 성인의 경우 이부프로펜은 1일 3~4회 복용하고 회당 400~800mg을 복용한다. 덱시부프로펜은 1일 2회 복용하는 경우 600mg을, 1일 3~4회 복용하는 경우 300mg을 복용한다. 나프록센은 1일 2회 복용하고 회당 250~500mg을 복용할 수 있으며 아세트살리실산의 경우 1일 2~3회 복용하며 회당 500~1500mg을 복용할 수 있다.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은 시럽으로 나와 있어 알약을 삼킬 수 없는 소아에게 주로 사용하며 체중, 나이에 따른 표시함량에 맞춰 복용한다. 단 아스피린은 레이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어 소아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열환자의 경우 효과적인 열 제어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를 용량범위 안에서 교차복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복용횟수를 잊어 중복복용이나 과잉복용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 특히 아이가 먹을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해열제 교차복용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르고 약사에게 정확한 복용법을 안내 받아야한다.

▲좌제
약을 먹으면 바로 토하거나 자고 있는 도중 열이 너무 많이 나서 해열제를 사용해야할 경우 등 약을 복용할 수 없다면 항문을 통해 투약하는 방법도 있다. 좌제는 아세트아미노펜(써스펜좌약-한미약품)이 있다.

좌약을 사용할 때 주의사항은 경구용 약물과 중복되지 않아야한다는 점이다. 많은 보호자들이 좌약을 사용 후 경구약을 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성분의 해열제라면 과잉복용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한약제제
한약제제는 해열제와 병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열이 날 때 사용되는 한약제제로는 대청룡탕, 마황탕, 갈근탕, 패독산 등이며 약사의 도움을 받아 선택할 수 있다.

▲쿨링 시트, 얼음주머니
고열이 나는 경우 머리의 체온이 높으면 두통 등의 증상이 심해져 괴롭게 되는데, 쿨링 시트를 사용해 온도를 낮추면 도움이 된다. 쿨링 시트는 젤에 포함된 수분이 열을 흡수, 발산시켜 냉각효과를 발휘하며 박하, 라벤다, 유칼립투스 등 휘발성 천연물질을 함유해 청량감을 준다.

또 고열이 계속되면 큰 혈관이 지나가는 겨드랑이, 서혜부에 얼음주머니를 사용해 냉각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열이 난다고 해서 알코올이나 찬물로 전신을 닦는 것은 불편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

약사: 열이 났을 때 일반의약품 등으로 어느 정도 조절됐다고 해도 원인을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가야합니다. 또 열이 난다고 해서 해열제를 무조건 사용하는 것도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적당한 미열은 오히려 증상을 낫게 하기 위한 몸의 정상반응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또 간혹 해열제로 인한 저체온을 우려하는 분도 있지만 해열제를 먹어도 정상체온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1000명 중 2~3명)에서는 해열제복용으로 저체온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일 해열제복용 후 땀이 많이 나면서 지나치게 체온이 떨어지거나 기운이 없고 손발이 차가워지면 해열제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수분을 보충하면 자연스럽게 체온이 다시 오르게 됩니다. 만약 이런 조치에도 체온이 오르지 않고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빨리 의료기관에 가야합니다.

또 열이 나면 열을 제어하기 위해 옷을 벗기는 경우가 있는데 땀의 발산을 막아 열이 떨어지는데 방해됩니다. 얇은 옷을 적당히 입히고 실내온도(20도 정도)를 유지하며 손실된 체액을 보충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처럼 각 증상에 맞는 제제를 잘 선택하면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은 분명 부작용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약사와 상의해 결정해야한다. 또 열이 난다면 기저질환을 꼭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한다.

(참고 자료)
소아의 열에 대한 부모의 반응과 이해 및 처치. 김유진, 허재균, 소아감염 14(1) ; 2007
비처방약핸드북(조윤커뮤니케이션) 2013
소아과주치의필수노트(대한의학) 2011
인체생리학 제7판(라이프사이언스) 2011
질환별환자교육자료집(대한의학서적) 2006
[의약품 부작용 리포트와 복약지도] 군포시 편한약국 엄준철 약사 “해열제 복용 저체온증…복약지도는 이렇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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